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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돈 룩 업 (정치 풍자, 기후 위기, 블랙코미디)

by Leo_light 2026. 3. 5.

돈룩업

6개월 후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한다는 경고를 받는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은 이 질문을 던지며 현대 사회의 민낯을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웃다가도 순간순간 뒷목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를 조롱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의 민낯

영화는 천문학 박사 과정생 케이트 디비아스키가 혜성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미시간 주립대학교(MSU) 소속인 케이트와 그녀의 지도교수 랜들 민디는 NASA 산하 지구 방위 합동 본부(PDCO, 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를 통해 백악관에 긴급 보고를 올립니다. 여기서 PDCO란 소행성이나 혜성 같은 천체의 지구 충돌 가능성을 감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NASA의 실제 조직입니다(출처: NASA).

하지만 과학자들의 절박한 경고는 정치적 계산과 대중의 무관심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올린 대통령은 전직 리얼리티 TV 스타 출신으로, 과학보다는 중간선거 득표율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백악관 회의실에서 장군이 무료로 제공해야 할 스낵을 유료로 판매하는 장면은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권력층의 부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다양한 분야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케이트가 자낙스(Xanax)를 복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낙스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 극도의 불안과 공황을 억제하는 약인데, 과학자가 진실을 말하기 위해 이런 약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섬뜩했습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케이트가 약을 먹고도 가장 많이 분노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미국 사회의 약물 오남용 문제와 함께, 진실을 외면당한 과학자의 좌절감을 극대적으로 표현합니다.

영화 속 '이데일리 립' 방송은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를 패러디한 프로그램입니다. 진행자들은 인류 멸망보다 팝스타의 스캔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실제로 랜들과 민디가 뉴욕 헤럴드에서 확인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소행성 충돌 경고보다 연예인 가십이 10배 이상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미디어 학계에서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 왜곡이라고 부릅니다. 어젠다 세팅이란 언론이 어떤 이슈를 중요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대중이 생각하는 중요도가 결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과연 저는 진짜 중요한 정보를 찾아보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만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했습니다.

자본과 테크 기업의 위험한 개입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테크 기업 CEO 피터 이셔웰은 애플의 팀 쿡,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를 합쳐놓은 듯한 인물입니다. 그는 소행성을 파괴하는 대신 포획해서 140조 달러 상당의 희귀 광물을 채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인류의 생존보다 자본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순간입니다.

피터의 회사 '배쉬'는 빅데이터 마이닝(Big Data Mining)을 통해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조작합니다. 빅데이터 마이닝이란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유용한 패턴과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을 의미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기술이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종하는 도구로 전락합니다. 피터는 랜들의 사망 시각까지 예측할 정도로 방대한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테크 기업들이 우리의 동의 없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서운 장면이었습니다.

실제로 현대 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과 영향력은 일부 국가의 GDP를 초월합니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우주 기업들은 NASA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계약을 따내며 국가 우주 산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항공우주국). 영화는 이런 기업들이 과연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공공의 자원을 착취하는 건 아닌지 날카롭게 질문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을 보면서 저는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개인이 거대 자본과 미디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웠고, 진정한 진실이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룩업', '돈룩업' 챌린지가 SNS에서 유행하며 사람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장면은, 5년 전 영화임에도 지금의 소셜 미디어 환경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과학적 사실보다 정치적 이익이 우선시되는 현실
  • 언론과 미디어가 중요한 이슈를 외면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만 다루는 문제
  • 테크 기업이 공공의 이익보다 자본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위험성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랜들과 그의 가족, 케이트는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합니다.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 그들이 선택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저도 만약 지구에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영화는 추억, 감사, 사랑, 기도로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될 가장 고결한 삶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돈 룩 업>을 보면서 저는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나도 그저 영화 속 대중들처럼 진실은 받아들이지 않고 가십만 따라가진 않았는지 돌아봤습니다. 지금 지구는 충돌하는 소행성은 없지만, 기후 위기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합니다. 그런 현실을 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상만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영화 속 대중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요? 이 영화는 바로 그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참고: https://youtu.be/kAvYvYUpXCw?si=HCsQhTyxRHAhwJ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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