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프로젝트 헤일메리 (로키, 각색, 비주얼)

by Leo_light 2026. 3. 18.

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책을 먼저 빌려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작을 먼저 보면 영화가 실망스럽다는 얘기가 많지만, 제 경험상 이번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21년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아직도 도서관 예약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저도 힘겹게 예약해서 책을 먼저 읽었고, 영화 개봉날 돌비시네마에서 관람했습니다. 용산 아이맥스도 가고 싶었지만 자리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다음 기회로 미뤘습니다.

소설을 영화로 옮긴 놀라운 각색력

일반적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SF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중요한 장면들이 삭제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영화를 보고 느낀 건, 각색이 정말 영리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마션'의 각본가 드류 고다드가 각색을 맡았습니다. 여기서 각색이란 원작의 서사 구조와 캐릭터를 영화 매체에 맞게 재구성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영화는 헤일메리 작전이라는 미식축구 용어에서 따온 제목처럼, 인류 멸망 위기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솔직히 원작 팬으로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소설에서 로키가 그레이스 박사의 우주선 문을 똑똑똑 두드리며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에선 두 캐릭터가 로키가 만든 터널 중간에서 만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새벽에 책을 읽다가 그 장면을 보고 흥분해서 잠이 깬 기억이 있어서 더 아쉬웠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그레이스가 로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도 상당 부분 생략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의 과학적 디테일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불필요한 설명을 과감히 덜어냈습니다. 영화 러닝타임은 약 2시간 10분으로,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출처: IMDb).

라이언 고슬링과 로키의 완벽한 케미

일반적으로 CG 캐릭터와 배우의 호흡이 어색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은 실제 상대역 없이 혼자 연기했는데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습니다. 그레이스 박사라는 캐릭터 자체가 된 듯한 몰입감을 보여줬습니다.

로키는 외계 종족 에리디언 출신으로, 5개의 다리와 딱딱한 외골격을 가진 생명체입니다. 여기서 에리디언이란 타우세티 성계에 거주하는 고도로 진화된 종족을 의미하며, 금속과 실리콘 기반의 생명체입니다. 영화에서 로키는 옥구슬 같은 화음이 섞인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는데, 이 언어체계가 인간과 완전히 달라 다양한 해프닝을 만들어냅니다.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 감독은 '21 점프 스트리트'에서 이질적인 두 캐릭터의 브로맨스를 훌륭하게 표현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 생각엔 바로 이 점이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물리학자와 엔지니어라는 직업 차이, 생물학적 구조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두 존재가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두 캐릭터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해야 하는 물리적 제약은 오히려 감동을 배가시키는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이들의 대화는 단순하지만 재치 있는 '헤일메리체'로 진행되는데, 영어 원문에서의 어설픈 영어 표현이 더욱 재미를 더합니다.

우주의 경이로움을 담은 비주얼

일반적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어둡고 답답한 분위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정반대였습니다. 2억 달러 제작비 대작답게 우주의 광활함과 공포감이 실감 나게 표현되었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컬러풀한 톤을 유지했습니다.

'듄'의 그레이그 프레이저 촬영감독이 참여했는데, 여기서 촬영감독이란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과 조명, 카메라 워크를 총괄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프레이저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시그니처인 아름다운 비주얼을 선보였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노스포 리뷰를 몇 개 봤는데, 사람들이 조명 사용을 굉장히 칭찬하더군요. 실제로 영화를 보니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우주 영화이고 굉장히 제한적인 환경에서 촬영되었을 텐데, 영화는 빛을 정말 효과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덕분에 관객인 저도 실제로 우주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스 행성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스릴과 긴박감이 넘쳤습니다. IMAX 포맷으로 촬영된 우주 장면들은 정말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돌비시네마로 봤지만, 다음에는 꼭 용산 아이맥스에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따로 없으니 영화가 끝나면 바로 나와도 됩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 때 나오는 우주의 이미지들이 굉장히 아름다워서, 저는 한참을 앉아서 영화의 여운을 즐기다가 나왔습니다.

원작 팬과 일반 관객 모두를 만족시킨 영화

솔직히 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원작의 과학적 디테일을 영화가 얼마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앤디 위어의 소설은 높은 순도의 하드 SF로, 모든 설정이 실제 과학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출처: NASA).

영화는 아스트로파지라는 태양 에너지를 먹는 외계 미생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자생물학자 라일랜드 그레이스가 타우세티 성계로 파견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아스트로파지란 태양의 빛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증식하는 가상의 미생물로, 영화에서는 이것이 태양을 어둡게 만들어 인류 멸망 위기를 초래합니다.

영화는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표현되었습니다. 반면 저처럼 원작을 읽은 사람은 익숙한 디테일들을 발견하고 원작과 다른 점을 찾으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라이언 고슬링은 원작에 빠져 직접 제작자로도 참여했는데, 이 작품이 '바비'에 이어 두 번째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우주 SF 영화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마션'처럼 고립된 상황에서의 생존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이번엔 버디가 있어 훨씬 더 명랑하고 따뜻한 분위기입니다. 코미디 장르에 선입견이 없다면 역대급으로 잘 만들어진 외계인 SF로 인정받을 것이고, 순수한 SF로서도 충분한 깊이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우주장면이 많이 나오다 보니 IMAX나 돌비 같은 좋은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참고: https://youtu.be/bTwpRlxEhkc?si=6g6PSf7gZq6Q288B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