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스타트렉 비욘드를 보기 전까지 이 시리즈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벌칸인의 특이한 손인사 정도만 알고 있던 정도였죠. 일반적으로 유명 프랜차이즈의 세 번째 작품은 힘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비욘드는 오히려 시리즈 입문작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기존 감독이 빠지고 액션 전문 감독이 투입되면서 우려가 컸던 작품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작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한 케이스라고 봅니다.
제작과정부터 우려가 컸던 출발
스타트렉 비욘드는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단계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프리프로덕션이란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기획, 각본, 캐스팅 등을 준비하는 제작 전 단계를 의미합니다. 기존 감독이었던 JJ 에이브람스가 스타워즈로 이동했고, 각본가 로베르토 오르시까지 하차하면서 팬들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었죠.
새롭게 합류한 저스틴 린 감독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액션 전문가였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보면 화려한 자동차 액션이 주를 이루는데, 이것이 스타트렉의 철학적 서사와 맞을지 의문이었습니다. 필모그래피란 한 감독이나 배우가 참여한 작품 목록을 뜻하는데, 이를 통해 창작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이 조합이 낯설었습니다. 스타트렉은 단순한 우주 액션물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탐험 정신을 다루는 작품인데, 액션 위주 감독이 과연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런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캐릭터활용이 돋보인 앙상블 구성
일반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주인공 중심의 서사 구조를 따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비욘드는 전혀 달랐습니다. 저스틴 린 감독은 액션뿐 아니라 앙상블 캐릭터 연출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영화는 커크 함장이 5년간의 우주 탐사 중 정체성의 회의를 느끼고, 스팍이 종족의 미래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두 캐릭터의 내적 갈등은 단순한 개인 고민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 '이상과 현실'이라는 철학적 주제와 연결됩니다.
저한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모든 대원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다른 영화들은 주인공 위주로 스토리가 흘러가는데, 비욘드에서는 본즈, 술루, 우후라, 스콧, 체코프 모두가 중요한 순간마다 제 몫을 해냈습니다.
특히 몽고메리 스콧과 레너드 맥코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콧이 제이라와 합류해 그녀의 집에서 트랜스포터(Transporter)를 찾고 수리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요. 트랜스포터란 스타트렉 세계관에서 사람이나 물체를 순간 이동시키는 전송 장치를 말합니다. 이 장치를 복구해 엔터프라이즈호를 구해내는 과정이 정말 짜릿했습니다.
각본을 맡은 사이먼 페그가 직접 스콧 역을 연기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는 스타트렉의 열성 팬이자 배우로서,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각 캐릭터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 대사와 캐릭터 간 케미스트리를 보면 원작 팬이 쓴 각본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앙상블 구성은 영화의 핵심 주제인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메시지와도 직결됩니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산산조각 나 흩어진 대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다시 모이는 과정 자체가 이 주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던 거죠.
평가와 아쉬운 점
영화 전문 평론가들과 관객 모두 비욘드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신선도 지수 84%를 기록했는데, 여기서 로튼토마토란 영화·TV 프로그램 리뷰를 집계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평점 사이트입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저스틴 린 감독은 분노의 질주에서 자동차를 다루듯, 엔터프라이즈호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VFX(Visual Effects) 기술을 활용한 우주선 전투 장면은 역대 스타트렉 시리즈 중 가장 역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VFX란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통해 현실에서 불가능한 장면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전투 장면은 단순히 규모만 큰 게 아니라, 우주선의 구조와 디자인까지 깊이 이해하고 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초반부터 이 거대한 우주선을 비장하게 부각시켜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저는 초반 30분 이후 중반부에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꼈습니다.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구간이 있었고, 결말 부분에서 시간을 오가는 연출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부분만 좀 더 타이트하게 편집했다면 완성도가 더 높아졌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렉 비욘드는 오락 영화로서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줬고, 원작의 정신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올드 팬들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저처럼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훌륭한 입문작이 되어줬습니다. 영화를 본 뒤 저는 이전 시리즈까지 찾아보게 됐고, 스타트렉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에 빠져들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프랜차이즈 영화가 해야 할 역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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